벚꽃은 뭉쳐있던 내 가슴을 어루만져 주었다.
금요일 저녁, 신탄진에 사는 친구가 구미로 놀러왔다.
놀러온 김에 벚꽃이 만개했다는 수성못을 가보기로했다.
수성못을 간 건 정말 오랜만이다.
아마 그것은 여자친구가 없으니 돌아다닐일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10시 45분.
도착해서 간단하게 음료를 마시러 카페에 들어갔는데 구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가 느껴져 놀랐다.
카페의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사람들이 모두 잘생기고 예뻐보였고 과장을 조금보태 고급지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잊고 있었던 '구미는 작은우물' 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게된 순간이었다.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구미를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했다.
11시.
마감을 외치는 직원의 목소리에 15분정도 앉아있던 우리는 카페를 나섰다.
밤 바람은 차가웠지만 견딜만 했다.
카페에서 나와 수성못을 따라 나 있는 산책길을 걷기 시작했다.
산책길 양쪽으로 가로수들이 예쁜 벚꽃잎을 한 껏 뽐내고 있었다.
살랑살랑 부는 호수바람에 아직은 이르다며 떨어지는 벚꽃잎이 분위기를 더했다.
산책로를 걷는 내내 정말 너무 행복했다.
우선 같이 벚꽃을 보러올 친구들이 있다는 것과 걷는동안 사람사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파속에 있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아보아서인지 걷는동안 반대편으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내 앞에 걷는 커플들,
뒤에서 따라오는 강아지.. 모든것이 행복하게만 느껴졌다.
이게 사람사는 거구나.
이제는 고독에 익숙해져버린 것 같다.
솔직히 버텼다. 모두가 그렇듯이.
차가운 현실에 얼어있었던 내 마음을 벚꽃잎이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었고
이내 나는 감성에 젖어 행복을 맛보게 되었다.
1년에 한 번 잠깐 피고지는 벚꽃은 하늘이 주신 선물이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익숙해져버린 고독과 외로움.
이제는 나를 세상에 보여주고 스스로 고독의 장막을 걷고 나올 때이다.
다른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너무 두려워하지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보여줘라.
'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롤로그 - 울릉도 여행 (0) | 2022.04.13 |
---|---|
2022년 4월 3일 일요일 (0) | 2022.04.04 |
2022년 3월 22일 화요일 (0) | 2022.03.23 |
2022년 3월 20일 일요일 (0) | 2022.03.21 |
2022년 3월 18일 금요일 (0) | 2022.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