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동락공원에도 찾아왔다.
신탄진에서 놀러온 친구는 이틀동안 우리집에서 신세를 졌다.
인스타에서 지인들의 벚꽃구경 사진을 염탐했는데 동락공원을 안 간 사람은 없는 듯 했다.
질수 없다는 생각에 옷을입고 동락공원으로 갔다.
11시.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바람이 차가웠다.
우리는 벚꽃과 개나리가 잘 보이는 곳에 돗자리를 펴고 앉았다.
수성못 만큼이나 벚꽃이 만개하여 보기에 딱 좋았다.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사진을 찍으며 신나게 놀다가 따가운 게 햇살인지 주변의 시선인지 알 수 없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여자친구 없이 벚꽃을 보러온 건 살면서 처음인 것 같다.
물론 있었을 수도 있지만 내 기억에 없다면 그건 없었던 걸로 치자.
이번에 친구와 벚꽃을 보면서 알게된 건 내가 여자친구랑 있을 때 여자친구에게 신경을 많이 썼다는 사실이다.
친구랑 벚꽃을 보면서 오롯이 벚꽃에만 집중하는 내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항상 여자친구를 만나고나면 이유는 알 수 없는데 항상 피곤하고 피로해졌었다.
그렇다. 여자친구랑 같이있으면 하나부터 열가지 모두 신경쓰게된다.
데이트 코스, 그녀의 기분, 주머니 사정, 대화의 흐름까지..
항상 대접해줘야 된다는 생각이 기저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사실 매년 벚꽃을 보러가도 내가 벚꽃을 보러가는건지 여자친구에게 벚꽃을 보여주러 가는건지 알 수가없었다.
올해의 벚꽃놀이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연애 초반에는 서로가 불타오르니 피로한지도 모르고 지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만남이 피로해지는 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다고 싫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남자나 여자나 오래 만날수록 편한복장에 편한 데이트를 즐기는 이유인 것 같다.
혼자 여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까?
온전히 여행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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